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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여전히 코로나19로 사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노인 사망자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주와 지난달 첫 2주간 65세 이상 최소 4810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대형 여객기 10대 이상을 채울 정도다.   독감으로 노인 1201명이 사망했고,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는 사망자 126명을 냈다.   비영리 건강연구기관 카이저패밀리재단(KFF)은 팬데믹 기간 노인과 관련한 경각심이 커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엔데믹이 선언된 후에도 여전히 노인 문제는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여전히 많은데, 이들을 돌보기 위한 노력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KFF는 “코로나19는 이제 일상화 돼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며 “이번 사망자 수는 충격적”이라고 했다.   KFF에 따르면, 고위험군인 노인들은 여전히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투여받지 못하고, 요양원의 노인들은 업데이트된 백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요양원 등을 중심으로 치료 인력을 배치하려던 노력은 중단됐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노인들이 여전히 외출시 호흡기 바이러스 우려로 문제를 겪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앨리스 보너 헬스케어인스티튜트 에이징 시니어 어드바이저는 KFF와의 인터뷰를 통해 “왜 노인 사망에 관심이 없는지 의문이 든다”며 “왜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가”라고 우려했다.에드윈 워커 보건국 에이징 관리부서  리더도 “사람들은 엔데믹이라 느껴 정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며 “팬데믹 기간 만연했던 노인 등에 대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민혜 기자코로나 사망 노인 사망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노인 문제

2024-02-12

[수필] 맹 노인의 눈물

‘효도 효(孝)’자는 자식이 부모를 업고 있는 형상이다. 이 ‘효’자를 접할 때마다 이웃집에 살던 맹 노인이 떠올라 가슴이 아파진다. 그는 1980년대 초 여동생의 초청으로 미국에 이민을 왔다.그에게는 아들만 삼 형제가 있는데 큰아들이 중학교 2학년, 두 아들은 초등학생 때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다행히 그의 사업이 번창해 아들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게 되었을 때는 집을 한 채씩 사 줄 능력까지 됐다.       저택에서 이민 오길 잘했다고 만족해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맹 노인은 “나중에 치매에 걸리면 재산을 상속해 주고 싶어도 못하게 되니 정신이 멀쩡할 때 집을 팔아서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라”는 지인들의 그럴듯한 말에 신경이 쓰였다.     어느 날, 그는 아들 삼 형제를 소집하였다. 그리고 이 집을 팔면 250만 달러 정도 받는데 너희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메디칼 혜택을 받기 위해 모아둔 현금도 똑같이 분배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들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효도를 다짐했다. 전 재산을 삼 형제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고 맹 노인 부부는 큰아들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다 아내가 중풍으로 쓰러졌다. 맹 노인은 주 정부에서 지원하는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아내의 병간호를 하였다,   그런 생활이 일 년도 지나지 않아 큰아들 집에서 삼 형제가 가족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맹 노인이 알아들을 수 없게 영어로 진행됐고 점점 고성이 오가더니 급기야는 형제간에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맹 노인은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눈치로 알아차렸다. 큰아들은 “나만 아들이냐? 너희들도 이제 부모님을 모시라”고 주장했고 두 동생은 “무슨 말이냐? 당연히 장남이 끝까지 모셔야 한다”고 맞선 것이었다. 그러자 큰며느리가 부모를 택하든, 본인을 택하든 둘 중 하나만 택하라고 폭탄선언을 해버렸다.     결국, 맹 노인의 아내는 양로병원으로 옮겨졌고 맹 노인은 큰아들, 둘째, 셋째 아들네서 한 달씩 보내는 떠돌이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는 나를 볼 때마다 한숨으로 하소연을 시작해 눈물로 마무리를 지었다. 전 재산을 아들들에게 미리 준 것이 천추의 한이 된다고 하였다.   그 돈만 있으면 부부가 헤어지지 않고 양로호텔(실버타운)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가 막심하다고 했다. 평소 금실이 좋았던 그는 아내와 떨어져 사는 것을 가장 가슴 아파했다. 큰아들 집 앞에 커다란 산이 있는데 그 산이 무너져내려 자신의 가슴을 덮치는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리곤 하였다. 부인이 생선회를 무척 좋아하는데 맹 노인이 문병 갈 때마다 광어회가 먹고 싶다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 정부에서 한 달에 약 1000달러 정도 생활보조금을 받는 맹 노인으로서는 그 청을 들어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면회하러 가는 데 왕복 택시비로 한 달이면 400달러를 써야 하고, 운이 좋아 입주하게 된 노인 아파트 비용을 제하고 나면 그럴만한 여윳돈조차 없었던 것이다.     자식들은 일 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 시즌 때 마지못해 어머니를 찾아오는데 빈손으로 왔다 간다고 한다. 내가 친분이 있는 큰아들을 설득해 보겠다고 하면 그는 펄쩍 뛰며 가정사를 남에게 말했다고 자신이 더 큰 곤란을 겪게 된다며 극구 만류했다.   결국, 양로병원에 5년 넘게 입원해 있던 맹 노인의 아내는 펜데믹 기간에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에는 90세가 넘는 맹노인이 삼 형제의 바람대로 양로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부모를 봉양하는 일이라면 자식이  의논해서 올바른 해법을 찾는 것이 타당한 일인데, 자식 된 도리를 하지 못하고 ‘나 몰라라 ’ 하는 이기적인 사고가 안타깝기만 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 준 것의 10만분의 1만 자식이 부모에게 하면 효자 소리를 듣는다는데…. 어떤 불효자라 하더라도 부모님 사후에는 자신이 했던 행동을 가슴 치며 후회하게 된다고 한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하고,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부양이 문제가 된 이 시대. 재산을 미리 주지 않았다면 자식들이 그렇게 부모를 대우했을까?   요즈음은 부모세대도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지금 ‘쓰죽회’란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단다.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말고 ‘다 쓰고 죽자’ 라는 모임이다.   노인 문제 전문가들은 재산을 미리 물려주지 않아도 사후에는 자식들이 자동으로 갖게 되니 절대로 미리 물려주지 말고 비 오는 날을 대비하여 우산을 준비해 두라고 조언한다. 이진용 / 수필가수필 노인 눈물 노인 부부 노인 문제 노인 아파트

2023-05-25

[이 아침에] 어머니의 빈방

담쟁이 잎들이 수런거리고 있다. 줄기를 잡고 있던 아이 손바닥 만한 잎들에 부황이 들었다. 아픈 기색이 역력한 잎은 손아귀의 힘마저 겨워 보인다. 색 바랜 잎은 시차를 두고 캄캄한 땅으로 내려앉겠지만 되돌아볼 수는 없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하는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며칠 바람이 사납게 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점령군처럼 안개가 꾸역꾸역 몰려들었고  어떤 날은 뿌연 는개가 아침의 대지를 적셔 놓았다. 전깃줄에는 비둘기들이 목을 깊숙이 집어넣고 동동동 줄지어 앉아 체온을 나누고 있다.     이민 오던 해부터 동생네 집에 30년을 같이 살았던 어머니 침실이 휑하니 비었다. 줄지어 앉아있던 비둘기 한 마리가 쏙 빠져나간 자리처럼.   오늘은 동생과 함께 어머니에게 가는 날이다. 달포 전에 어머니는 동생 집에서 양로병원으로 옮기셨다.     어머니는 어느 날부터 현실과 과거를 구분하지 못했다. 큰아들인 나는 당신의 아버지가 되었다가 남편이 되기도 했고, 작은아들은 당신의 오빠가 되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평균 연령이 높아져 생긴 노인 문제를 어머니도 피해가진 못했다.     어머니는 매일 밤 보따리를 쌌다. 병원 직원이 옷장에 옷을 걸어두면 아침에는 어김없이 보따리 두 개가 침대 위에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일하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보따리를 싸놓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고. 에취, 컥 컥. 얘가 웬 재채기를. 동생이 울음을 참느라 기괴한 소리를 내는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히야, 히야. 엄마 다시 데려오자. 어떻게든 우리가 모시면 안 될까? 그래, 생각 좀 해보자. 나는 목이 멘 동생을 달랬다.     이러한 상황이 올 줄 모르고 어머니의 입원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동생들에게 소식을 전했을 때도 형제들의 생각은 각각 달랐다. 두 여동생은 오빠들을 원망했다.     어머니가 입원한 후로 나는 같은 병원에서 어머니와 친구할 만한 환자를 찾아냈고, 병원 측에 간청해서 어머니를 그분 병실 옆으로 옮기게 했다.     두 노인은 잘 어울렸다. 그분은 어머니를 부축하여 병실 밖 복도를 걸으며 친언니 대하듯 했다. 그분을 만난 것은 어머니나 우리에겐 다행이었다.     시간 맞춰 식사와 약 먹이고, 빨래해 주고 샤워까지 시켜주며 24시간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양로병원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히야, 엄마가 적응이 좀 된 것 같지? 돌아가는 길에 동생이 말했다. 동생의 말소리와 표정이 모처럼 밝았다.   어머니는 처음 입원할 때와는 달리 집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집을 그리워할 때 무너지던 억장보다, 집을 잊어가는 모습이 우리를 못 견디게 했다. 담쟁이 마른 잎 같은 환자들만 있는 양로병원에서 어머니도 그 풍경 속의 한 잎이 되어 우리를 점점 잊어가시는가.     이불을 덮어도 잠이 덮이지 않는 가을밤이다. 조성환 / 시인이 아침에 어머니 빈방 어머니 침실 병원 직원 노인 문제

2021-10-29

[이 아침에] 어머니의 빈방

 담쟁이 잎들이 수런거리고 있다. 줄기를 잡고 있던 아이 손바닥 만한 잎들에 부황이 들었다. 아픈 기색이 역력한 잎은 손아귀의 힘마저 겨워 보인다. 색 바랜 잎은 시차를 두고 캄캄한 땅으로 내려앉겠지만 되돌아볼 수는 없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하는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며칠 바람이 사납게 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점령군처럼 안개가 꾸역꾸역 몰려들었고  어떤 날은 뿌연 는개가 아침의 대지를 적셔 놓았다. 전깃줄에는 비둘기들이 목을 깊숙이 집어넣고 동동동 줄지어 앉아 체온을 나누고 있다.     이민 오던 해부터 동생네 집에 30년을 같이 살았던 어머니 침실이 휑하니 비었다. 줄지어 앉아있던 비둘기 한 마리가 쏙 빠져나간 자리처럼.   오늘은 동생과 함께 어머니에게 가는 날이다. 달포 전에 어머니는 동생 집에서 양로병원으로 옮기셨다.     어머니는 어느 날부터 현실과 과거를 구분하지 못했다. 큰아들인 나는 당신의 아버지가 되었다가 남편이 되기도 했고, 작은아들은 당신의 오빠가 되었다.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평균 연령이 높아져 생긴 노인 문제를 어머니도 피해가진 못했다.     어머니는 매일 밤 보따리를 쌌다. 병원 직원이 옷장에 옷을 걸어두면 아침에는 어김없이 보따리 두 개가 침대 위에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일하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보따리를 싸놓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고. 에취, 컥 컥. 얘가 웬 재채기를. 동생이 울음을 참느라 기괴한 소리를 내는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히야, 히야. 엄마 다시 데려오자. 어떻게든 우리가 모시면 안 될까? 그래, 생각 좀 해보자. 나는 목이 멘 동생을 달랬다.     이러한 상황이 올 줄 모르고 어머니의 입원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동생들에게 소식을 전했을 때도 형제들의 생각은 각각 달랐다. 두 여동생은 오빠들을 원망했다.     어머니가 입원한 후로 나는 같은 병원에서 어머니와 친구할 만한 환자를 찾아냈고, 병원 측에 간청해서 어머니를 그분 병실 옆으로 옮기게 했다.     두 노인은 잘 어울렸다. 그분은 어머니를 부축하여 병실 밖 복도를 걸으며 친언니 대하듯 했다. 그분을 만난 것은 어머니나 우리에겐 다행이었다.     시간 맞춰 식사와 약 먹이고, 빨래해 주고 샤워까지 시켜주며 24시간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양로병원은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히야, 엄마가 적응이 좀 된 것 같지? 돌아가는 길에 동생이 말했다. 동생의 말소리와 표정이 모처럼 밝았다.   어머니는 처음 입원할 때와는 달리 집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집을 그리워할 때 무너지던 억장보다, 집을 잊어가는 모습이 우리를 못 견디게 했다. 담쟁이 마른 잎 같은 환자들만 있는 양로병원에서 어머니도 그 풍경 속의 한 잎이 되어 우리를 점점 잊어가시는가.     이불을 덮어도 잠이 덮이지 않는 가을밤이다.     조성환 / 시인이 아침에 어머니 빈방 어머니 침실 병원 직원 노인 문제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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